1. 그 해 여름 줄거리
방송 프로그램 작가는 남자주인공 윤석영 교수가 학교를 그만둔다는 소리를 듣고 그를 섭외하기 위해 방문하게 되고, 윤석영 교수의 첫사랑인 서정인을 찾기 위해 PD와 함께 수내리라는 마을로 향하게 됩니다. 마을에서 서정인이라는 여자를 찾지만 마을 사람들은 남자랑 눈 맞아서 도망갔다고 하면서 그런 둘을 별로 반기지 않습니다.
1969년 3선 개헌으로 시위가 한창인 때 남자주인공 윤석영은 대학교 친구들과 수내리라는 마을로 농활을 떠납니다.
농활 첫째 날, 밤새 모기에 물려 일찍 잠에서 깬 윤석영은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가다가 폐가에서 흘러나오는 여성의 노랫소리와 편백나무 향기에 이끌려 폐가를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천 염색을 하고 있는 여자주인공 서정인을 처음 만나게 됩니다. 몰래 지켜보고 있다가 놀란 정인에게 물벼락을 맞게 되고 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정인은 마을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도서관은 정인이의 아버지가 만든 곳이지만 정인이의 아버지는 월북을 하였고, 마을 이장은 그런 정인이를 못마땅하게 대합니다.
시골에서 순진하게 자란 정인이는 농활을 나온 대학생들에게 장난으로 놀림을 당하게 되고, 남자주인공 석영도 정인이에게 장난을 치면서 둘은 점점 친해지게 됩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석영과 정인은 비를 피하게 되고, 정인이가 4살 때 부모님과 겪은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만어사라는 절에 갔는데 그곳에는 물고기들이 돌로 변하고, 비가 오면 돌이 비를 맞고 풍경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농활을 하다가 철물점에서 물건을 사야 하는데, 석영이 철물점에 가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읍내에 철물점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정인이를 같이 데리고 나갑니다. 읍내에 있는 레코드가게 앞에서 귀를 대고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듣고 있는 정인을 보면서 석영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버스를 놓치고 마을까지 걸어가다가 석영은 개울에서 물고기 모양이 있는 돌을 주워 정인에게 선물을 합니다.
대학생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도서관 앞에서 스크린을 설치하고 영화를 보여줍니다. 석영은 정인을 따로 불러서 도서관 건물 안에서 스크린을 반대로 보며 둘만의 영화를 봅니다.
그리고 마을 이장은 전기회사에서 일하는 아들이 편지 온 지가 오래되었다고 하자 정인은 글을 읽지 못하는 이장에게 엉뚱한 편지를 아들에게 온 편지처럼 읽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전기회사 직원들이 아들의 유골함을 가지고 오고, 얼마전에도 아들에게 편지가 왔다고 하면서 놀라다가 정인이 자신이 속인 것을 알고 엄청 화를 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도서관에 불이 나서 도서관이 전부 불에 타게 됩니다.
그 날 밤 정인을 찾아온 이장은 정인에게 정인이의 아버지가 마을에 도서관을 만들어 주어 정말 고마웠다고 하면서 이장도 정인이의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정인이의 아버지는 월북을 하였기 때문에 시대가 그렇다면서 못되게 구는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사과를 합니다.
정인을 찾아다니던 석영은 개울가에 혼자 앉아있는 정인을 발견하고 정인이의 기분을 풀어주려 장난을 칩니다. 그리고 정인에게 혼자 참지 말고 자신에게 이야기하라고 하면서 둘의 사랑은 깊어집니다.
3선 개헌으로 시위를 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급하게 서울로 갈 준비를 합니다. 석영이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된 정인은 편백나무 잎을 한지에 끼우면서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합니다. 글을 쓰지 않아도 이 자체로 ‘나 잘 있어요, 걱정하지 마요, 나 행복해요’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리고 석영에게 행복하게 잘 있겠다고 합니다. 석영은 정인에게 같이 서울로 가자고 하지만, 정인은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가라고 합니다.
서울로 떠나는 날 마을 사람들과 대학생들은 함께 모여 기념사진을 찍지만 정인은 그 자리에 없고,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석영은 다른 대학생들과 서울로 가지 않고 정인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같이 서울로 가자고 하고, 이번에는 정인이도 같이 가겠다고 합니다.
서울로 올라와서 휴학계를 내기 위해 정인과 함께 대학교를 찾은 석영은 잠깐 기다리라며 가방을 정인에게 맡기고 갑니다. 그리고 3선 개헌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이를 진압하는 경찰들에게 석영과 정인은 잡히게 됩니다.
정인이의 아버지는 월북을 하였기 때문에 정인이를 구하려면 정인이를 모른척하라고 석영이의 아버지는 석영에게 말합니다. 경찰들은 둘이 무슨 관계인지 계속 추궁하지만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하자 석영과 정인을 대면시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석영에게 정인을 아느냐고 묻자 정인을 안다고 이야기하면 정인이 다칠 것 같아서 석영은 정인을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석영은 감옥에 있는 정인을 꺼내기 위해 아버지에게 사정합니다. 아버지는 석영의 부탁을 들어주고 석영은 감옥에서 나오는 정인을 데리고 서울역으로 갑니다. 정인이 아프다고 하자 석영은 약을 사 오겠다고 합니다. 손을 꼭 붙자고 놔주지 않는 정인이지만 다녀오라며 석영을 보냅니다. 그리고 석영이 약을 사오는 동안 정인은 사라집니다.
정인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었던 석영은 비가 오는 날 정인이 이야기했던 만어사를 찾습니다. 그리고 물고기들이 돌로 변했다는 그곳에서 빗소리에 풍경소리를 듣고 정인이의 말을 기억하게 됩니다.
예전에 정인이 만들었던 편백나무 편지를 작가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본 석영은 취재팀과 함께 정인을 찾아 나서게 되고 어느 고아원에 도착합니다. 그렇지만 정인은 이미 죽은 후입니다. 고아원 사람들은 여전히 정인을 그리워하고 정인이가 나무를 한 그루 심었다고 합니다. 나무를 심은 이유는 나뭇잎을 따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다 보면 ‘ 그 사람’에게 닿지 않겠느냐며 그것은 우리의 암호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석영은 정인을 추억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2. 그 해 여름, 작가 김은희
대한민국의 작가로 드라마 ‘시그널’, ‘킹덤’ 시리즈 등으로 유명하다. 데뷔작은 멜로영화 ‘그 해 여름’이다. 남편은 감독 장항준이고, 남편의 조수로 일했었다. 작품으로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시그널, 킹덤 등이 있다.
3. 그 해 여름, 시간(추억)의 의미(3)
‘내 인생이 힘들 때 언제나 당신과의 시간을 생각해요. 우리 울지 말아요. 소중한 시간들 아름답게 기억해요.’ <수내리>라는 시골 마을에서 아버지가 월북을 했다는 아픔을 가진 채 시골마을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정인은 농활을 위해 내려온 대학생 석영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힘들어도 혼자 참아내기만 하는 정인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말하라는 석영은 큰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1960년대 가족이 월북을 했다는 것은 남은 가족들도 연좌제라는 이름으로 계속 아픔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랑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정인이지만 아버지가 월북을 했다는 이유로 큰 상처만 받게 됩니다. 석영은 정인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그녀를 지켜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찰들 앞에서 그녀를 외면하게 되고, 정인은 그런 석영을 위해 자신도 석영을 모른다고 합니다. 서로의 마음이 주변 상황으로 상처받게 되고, 정인은 석영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됩니다. 떠나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차마 석영을 보낼 수 없어 약을 사러 가려는 석영의 손을 놓지 못하는 정인의 모습은 처연한 모습을 넘어서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정인을 찾기 위해 정인이 이야기한 만어사의 물고기들이 돌이 되었다는 곳을 찾아 정인에게 주었던 돌로 탑을 쌓은 석영입니다. 어쩌면 정인을 떠나보내고 자신의 기억 속에서 잊기 위한 행동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중에 정인의 유품에서 발견한 그 돌은 정인이 석영을 지켜보았고, 석영을 잊지 못했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석영을 떠나고 온 고아원에서 편백나무를 심고 편백나무 잎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정인입니다. ‘나뭇잎을 따서 나눠주다보면 그 사람에게 닿지 않겠느냐. 이것은 우리의 암호이다’라는 정인의 바램은 정인이 떠나고 없는 세상에서 나중에 다시 정인을 추억하는 석영에게 결국은 닿게 됩니다. 그리고 그 뜻은 ‘나 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 행복해요.’입니다. 행복하게 잘 있다라는 편백나무 잎의 의미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정인의 역설적인 마음입니다.
용왕의 아들이 부처가 되어 따라왔던 물고기들이 돌이 되고, 비가 오면 그 돌들이 슬프게 운다고 하는 영화의 내용, ‘수내리’라는 마을 이름을 다르게 보면 ‘비가 내리는 마을’이라는 뜻이고 돌이 된 물고기들이 비만 오면 슬피 우는 그 마을에서 항상 슬펐던 정인이고, 사랑을 선택해 석영과 서울로 가지만 또 상처를 입고, 평생을 석영 앞에 나타나지 못하고 숨어만 있어야 하는 어찌 보면 사랑하는 석영에게 상처를 입고, 하지만 석영에게 상처를 줄까봐 앞에 나타나지 못하는 정인은 용왕의 아들을 따라왔다가 돌이 되어 비만 오면 슬피 우는 물고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 인생이 힘들 때 언제나 당신과의 시간을 생각해요. 우리 울지 말아요. 소중한 시간들 아름답게 기억해요.”라는 정인의 독백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까 봐 숨기만 하는, 평생 숨어만 살아야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의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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